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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사수(2008-08-05 07:50:57, Hit : 4534, Vote : 205
 영웅전설4 주홍의 물방울



  영웅전설4 주홍의 물방울


프롤로그
신의 길, 인간의 길.


은은한 빛이 비추는 방 안에 두 노인이 커다란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앉아있다. 서재로 쓰는 방인 듯 작은 방의 벽에는 책이 가지런히 꽂혀져 있다. 은은한 빛 때문인지 창문하나 없이 책으로 둘러싸인 방이지만 답답하기 보다는 아늑해 보인다.
두 노인은 연배는 비슷해 보이지만 성격은 전혀 달라 보인다. 한 명은 젊은이 못지않게 훌륭한 체격에 그 나이치고는 꽤나 날카로운 눈매를 가졌다. 또 다른 한 명은 노학자인 듯 인자하게 쳐진 눈매에 사려 깊은 눈동자가 인상 적이다. 일견 달라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각자에게서 흘러나오는 자연스런 위엄만은 닮아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체격이 좋은 노인이다.

“두 아이를 거뒀다고 들었네. 뭐, 자네 성격이야 익히 알지만 굳이 자네 밑으로 거둔 이유라도 있는가?”

질문을 받은 사려 깊은 눈의 노인은 가만히 미소 짓는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네. 첫 만남이 인상적이긴 했어. 하지만 뭣 때문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

“하하, 발두스교의 최고 도사 에스페리우스에게 모르는 것이 있는가?”

“물론이지. 힘의 현자라는 가웨인, 자네에게도 당해내지 못하는 적이 있듯이 말이야.”

“나도 이제 늙었으니까. 하지만 지성이라는 것은 세월에 흐름에 더 무디지 않은가. 나보다야 자네가 낫지.”

얼굴 가득 보기 좋은 주름살을 만들며 익살스럽게 말하는 가웨인에 말에 에스페리우스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글쎄,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네. 요즘에는 많은 것들이 혼란스러우니 말이야.”

“이 친구, 농을 했는데도 진지하게 반응하는구만. 무슨 일이 있는가?”

“특별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야. 그저 나이가 들다보니 지난 삶을 되돌아보니 후회되는 것이 많을 뿐.”

“자네만 그런 것이 아니야. 나이 때문도 아니고. 누구나 후회하면서 살아가는 거지. 다만 그 후회에 매달려 인생을 낭비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만 있을 뿐. 자네는 후회에 매달려 살아가지 않았어. 자네를 쭉 지켜 본 내가 보증하지.”

가웨인의 말에 에스페리우스의 얼굴에도 기분 좋은 미소가 감돈다. 오랜 지기의 미소를 본 가웨인이 다시 말을 잇는다.

“자네가 가지고 있는 상념과 그 두 아이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모르겠네. 관계가 있을 수도 없고 관계가 있을 수도 있겠지. 다만 깊은 인상을 받은 건 사실이야. 특히 사내아이에게서 강한 인상을 받았지.”

“어떤 인상인가?”

“두 아이들을 만난 건 우연이었네. 부모가 사교도에게 습격당해 죽고 헤매고 있는 두 아이를 발견한 건 발크드 근처 숲이었지. 보통 부모가 눈앞에서 죽고 졸지에 고아가 된 아이들은 모두 공포에 떨며 울고 자신이 의지할 상대를 찾지. 하지만 그 아이는 그러지 않았어. 자신의 여동생을 옆에 꼭 끼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경계했지. 죽음의 공포도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어. 그저 누군가를 지켜야겠다는 사명, 살아야겠다는 의지만이 보였지.”

“굉장한 일이군. 그 남자아이 좋은 전사가 될 수 있을 거야. 한 번 보고 싶은데?”

“하하, 요즘 제자를 찾는다는 소문이 들리더니 정말 그런 모양인가 보구려.”

“이야기나 계속해 보게.”

“알았네, 알았어. 이거 꼭 어린 손자에게 옛날 얘기 들려주는 할아버지가 된 기분이군 그래.”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마차를 몰던 호위 승려가 에스페리우스에게 물었다. 에스페리우스는 인자하게 웃으며 말한다.

“난 괜찮네. 자네야말로 마차를 모느라 피곤할 것 같구먼.”

“전 괜찮습니다. 잠시 후면 발크드에 도착할 것 같으니 조금만 더 고생하시면 될 듯 합니다.”

“좋은 소식이로구만.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는 말게.”

고개를 끄덕인 호위 승려는 다시 마차를 모는데 집중한다. 에스페리우스는 마차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린 채 조용히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그때 누군가의 인영이 그의 눈을 스치고 지나간다.

“이보게, 잠깐만 멈춰보게.”

호위 승려는 다급한 에스페리우스의 목소리에 마차를 세우고 묻는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저 쪽 숲에서 무언가를 본 것 같아.”

“제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아니네. 나도 같이 가세.”

호위 승려는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에스페리우스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는 함께 숲으로 나섰다. 조심스럽게 숲을 헤치고 나가는데 무언가 저쪽에서 불쑥 일어났다. 깜짝 놀란 호위 승려가 지팡이를 앞으로 내세우자 에스페리우스가 그를 저지한다.

“어린 아이네.”

에스페리우스의 말대로 어린 소년이었다. 며칠 동안이나 숲을 헤맨 듯 옷은 곳곳이 찢어져 있고 머리는 산발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두 사람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들고 있던 단검을 두 사람을 향해 내밀기까지 한다. 소년의 두 눈은 경계심과 적의로 가득 차 있었다. 잠시 당황한 두 사람은 말문이 막힌 채 소년을 쳐다보기만 한다. 결국 먼저 입을 연 것은 소년이었다.

“누구세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에스페리우스가 대답한다.

“난 발두스 교의 신관이다. 꼬마야, 괜찮니?”

“발두스 교의 신관인지 어떻게 알아요. 증명해 보세요.”

소년의 맹랑한 대답에 호위 승려가 자신도 모르게 호통을 친다.

“어린 아이가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이 분이 감히 누군줄 알고!”

“그만 하게나. 어린 아이지 않은가. 난 발두스 교의 신관 에스페리우스다. 이 증표라면 믿겠니?”

에스페리우스는 옷 안 쪽에서 발두스 신의 증표를 꺼내 보여주었다. 소년은 경계심을 풀지 않은 채 그 증표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앞으로 쓰러졌다.

“꼬마야!”

에스페리우스는 앞으로 달려갔다. 수풀을 헤치며 가까이 다가가니 소년은 단검을 꼭 쥔 채로 쓰러져 있었다. 소년을 안아 올린 에스페리우스는 황급히 목의 맥을 짚는다.

“맥이 미약해. 잠깐만 있어라.”

순간 에스페리우스의 손이 밝고 따스하게 빛났다. 그 빛을 머리에 갖다대자 소년의 의식이 한 순간 돌아왔다.

“괜찮으냐? 정신이 좀 들어?”

치료 마법을 썼음에도 너무 오랜 시간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지 소년은 완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다. 에스페리우스는 황급히 일어나 마차로 소년을 데려가려 한다. 그때 소년의 마르고 갈라진 입술에서 말이 흘러 나온다.

“아이멜........”

“뭐라고?”

“아이멜.......내 동생이 저기에.”

소년은 다시 정신을 잃는다. 호위 승려가 소년의 말을 알아듣고 큰 소리로 외친다.

“아이멜! 아이멜, 어디 있니!”

곧 좀 떨어진 나무 뒤에서 한 소녀가 걸어 나왔다. 소년에 비해 소녀의 상태는 좀 나아보였다. 호위 승려가 소녀를 안고 에스페리우스 곁으로 오자 소녀가 와락 울음을 떠뜨린다.

“으앙! 오빠, 죽지 마! 죽으면 안 돼!”

두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차에 올라 달리기 시작한다.



가웨인의 눈에서 이채가 떠오른다.

“그 남자아이, 굉장한 아이로군.”

“그래. 남아있던 식량 대부분은 자신의 동생에게 주고 자신은 거의 탈진 직전까지 버텼던 거야. 그런 상황에서 주위를 끊임없이 경계하며 숲을 돌아다닌 거지. 어른도 그러기는 힘들었을 거야.”

“그래, 그 소년 몸은 괜찮은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 동생 쪽은 처음부터 약간의 탈수 증상만 있었을 뿐 별 탈은 없었고 말이야.”

가웨인은 에스페리우스의 이야기를 곱씹는 듯 말없이 생각에 잠긴다.

“묘한 일이군.”

생각에 잠겼던 가웨인이 말했다. 에스페리우스가 의아한 얼굴이 되어 묻는다.

“뭐가 묘하다는 건가?”

“만약 그런 애가 내 눈에 띄었다면 난 두말 않고 데리고 가 제자로 키웠을 거야. 하지만 자네가 그럴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네.”

“하하, 그런가. 하지만 난 그 아이의 어떤 자질 때문에 곁에 둔 건 아니네.”

“자질 때문이 아니라고?”

“난 그때 그 아이의 눈에서 인간의 의지를 보았네. 발두스 교와 오크툼 교로 나뉘어서 모두들 잊어버린 인간의 의지 말일세.”

가웨인이 짓궂은 미소를 띠며 말한다.

“신관의 입에서 나온 말 치고는 꽤 파격적이군, 그래.”

“그런가? 난 요즘 인간의 의지에 관해 깊이 고민했다네. 평생을 신에게 바친 내가 이런 얘길 한다는 게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래, 자네가 고민했다는 화두가 뭔가?”

“우리의 자유의지지. 우리는 신이 만들어 놓은 이정표를 따라가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는 우리의 의지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가웨인은 말이 없다. 에스페리우스는 조용히 말을 이어 나간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신께서는 우리의 이 모든 분쟁을 알고 계실 것이야. 그렇다면 왜 그 분은 이 슬픈 분쟁을 막지 않고 계시는 걸까?”

“그 분의 힘이 흩어져 있기 때문이겠지. 사악한 신 오크툼이 신을 봉하기 위함이었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고통 받게 된 거지.”

“그래, 맞는 말이겠지. 하지만 말이야. 나는 요즘 자꾸 다른 생각이 든다네.”

“무슨 생각인가?”

“오크툼 신은 발두스 신이 거울에 비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야.”

순간 가웨인의 얼굴을 경악으로 물든다. 잠시 할 말을 잃고 에스페리우스를 바라보던 가웨인이 힘겹게 입을 연다.

“자네....... 그건 신성모독이네. 어찌 저 사악한 사교 무리의 괴수 오크툼과 우리가 경배해 마지않는 발두스 신을 같게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의 선과 악. 그 모든 것을 우리는 포용해야 하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지만 또 한편으로는 고귀한 희생을 실천하기도 하지. 그 두 가지 다 인간의 모습이야. 우리는 그런 두 가지 면을 가진 인간을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이고.”

“자네는 그렇다면 살인범과 성자를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는 건가?”

“모두에게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겠나?”

“난 인정할 수 없네. 위험한 생각이야.”

“완벽하게 선한 인간도, 완벽하게 악한 인간도 없네. 우리는 그 양면적인 모습 사이에서 고민하고 선택했을 뿐이야. 물론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지. 그때 우리는 그 잘못된 선택을 징벌하기 보다는 포용해야 하네. 그것이 타인의 잘못이든 스스로의 잘못이든. 그것이 인간이 가진 삶의 의지겠지.”

가웨인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이마를 잔뜩 찌푸린 채 깊은 고민에 잠기던 가웨인이 천천히 입을 연다.

“.......자네는 그 아이에게서 순수한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를 본 것이군.”

에스페리우스는 잔잔하게 웃으며 말한다.

“굳이 말하자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

“그 아이의 집념이 세상에 대한 미움으로 바뀐다면 어찌되겠는가?”

“세상이 혼란스러워 지겠지.”

“그걸 알면서도 그런 마음으로 아이를 키우겠다는 것인가?”

“성스러운 임무를 주어 위대한 발두스 신의 전사로 키우자는 말인가?”

“그 길 말고 다른 길이 있는가?”

“있지. 분명히. 인간의 길이. 선과 악, 이 영원한 분쟁의 딜레마 속을 걸어갈 이 아이가 난 벌써부터 기대되네.”

“어린 아이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길을 주려 하는구만.”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현자라 부르지만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나? 우린 한 사람의 인생도 제대로 알지 못하네. 이 아이가 분쟁을 일으킬 수도 있고 세상을 구할 수도 있고 평범한 필부로 삶을 마감할 수 있어. 난 그저 이 아이의 선택을 도와주고 그 삶을 이어나가게 할 뿐이야. 모든 인간의 부모가 하는 일이지. 난 지켜볼 것이네. 이 아이가 보여준 의지가 만들어 갈 삶을 말이야.”




하얀영감 (2008-10-14 00:07:51)  
ㅎㅎ 좀 재밌는
쿠거 (2008-10-17 12:20:09)  
잼잇답~오옹
zz (2008-12-13 21:06:00)
굿 또써주세용
김재웅 (2016-11-28 09:53:49)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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