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	(2007-04-05 21:00:47, Hit : 2485, Vote : 331)

낙지볶음

오랜만에 낙지볶음을 먹으러 길을 떠났다.
고르고고른 가게들 중 나의 마음을 이끈건
'낙지가좋아'라는 허름한 가게.
난 그곳으로 돌아가 낙지볶음 4인분을 시켰다.

이윽고, 낙지들이 기진맥진한채로 시뻘건
양념을 뒤집어쓴 안쓰러운 모습으로 내 앞에 다가왔다.
난 젓가락을 집어들고 낙지를 살펴봤다.
파... 양배추... 낙지... 떡....지극히 평범한 구성.
난 먹음직스러운 떡볶이떡 하나를 집어들고 입에 넣으려 했다.

순간. 내 눈을 스쳐지나간 자그마한 돌기들.
그건 정말로, 정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내가 떡이라 생각했던 음식은 떡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동통 하게 살이오른 낙지다리 였던것이다!(천둥치는소리)
난 흔들리는 동공과 삐질삐질 새어나오는 식은땀을 뒤로하고
떡... , 아니 낙지다리를 삼켰다.

이빨을 두어번쯤 움직였을까,
내 혀엔 낙지다리의 아름다운 맛이 느껴졌다.
그 맛은.....

천국.

천국에서 천사들이 뿔나팔을 불며
여호와를 찬양하고 지옥의 악마들을
불구덩이로 쳐넣는 모습.

발칸 반도에서 웃고있는
한 중동소년의 얼굴, 하지만 그 얼굴이
너무나 친숙하게 느껴지는...........

또한 광활한 대양.

그 끝에서 낙지의 다리가 날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미식의 끝을 내게 설명해주고있었다.

난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한채
낙지들을 입에 쓸어넣고 다시금 총총히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집으로 향했다.